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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가톨릭 신앙

천주교인 어머니 임종 직전 기도의 신비

by 소공녀의 별 2024. 4. 19.

어머니가 조용히 숨을 거두시던 그 순간은 평생 잊지못할 기도의 신비를 체험한 날입니다. 쌀쌀한 늦은 가을의 초저녁 무렵이었는데 놀랍게도 곤히 주무시는 어머니 침대 주변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듯 했습니다. "이게 무슨 환상인가? 꿈을 꾸는걸까?" 생각하며 바라보니 그 따듯한 빛을 따라 아늑하고 평화로운 감정이 밀려오는 듯 했습니다. 어머니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허공을 응시하더니 마지막 숨을 거두신듯 합니다. 너무도 예상밖의 일이라 어머니를 부르며 울었습니다.

 

어머니 임종 직전 기도의 신비

예전에 전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어머니 간병 생활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모든걸 보살펴야만 하는 상황을 감수한다고 하더라도 한가지 절망하게 하는 것이 어머니가 딸을 거의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까지 나빠져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식탁에 앉으면 어머니가 누워있는 침상이 보입니다. 주방에서 어머니 식사를 준비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면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곤 하셨습니다. 그 눈동자가 마치 순수한 아이처럼 너무도 초롱초롱하여 놀라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1급 와상노인환자로 거의 거동을 못하는 상태에서 돌봐드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가 집에 누워계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드니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를 향한 가여운 연민의 정과 다른 한편으로는 좌절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성모마리아 묵주기도의 신비

주님께 올린 기도의 신비

저녁식사를 위해 어머니가 깨어나시길 기다리며 어머니가 거처하는 침상을 바라보니 기분이 편안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님께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님, 이 생활이 얼마나 계속 될까요? 10년이 될까요? 20년이 될까요 아니면 30년이 될까요? 저의 남은 인생을 여기 이렇게 앉아 보내게 되는 걸까요?"

성모의 꽃 릴리 ⓒ AlexV

 

그 순간 평생 이 좁은 공간에 갇혀 남은 인생을 마감한다는 상상을 해보니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머니 방을 바라보니 곤히 주무시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행복한 기분이 들어 기도를 이어갑니다.

 

"주님, 어머니가 딸을 알아보지 못해도 저렇게 방에 누워계시니 참 좋습니다. 언제든지 가서 어머니 손을 잡을 수 있고 안아볼 수도 있고 저렇게라도 어머니가 있으니 포근하고 따듯하고 좋네요."

 

"주님 이렇게라도 어머니와 함께 있으니 좋아요. 어머니가 저를 알아보지 못해도 어머니를 더 보살펴드리고 싶어요. 제가 좀 더 할 수 있을거 같아요. 더 할께요"

어머니 임종 직전 기도의 신비. ⓒ Alex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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