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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가톨릭 신앙

달걀에 그림을 그리던 부활절(Easter)의 추억

by 소공녀의 별 2024. 3. 28.

부활절(Easter)을 눈 앞에 두고, 어린시절 어머니와 함께 부활절을 준비하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해마다 부활주일의 하루 전날인 성주간, 성토요일에 어머니는 계란 30개를 삶아서 그 위에 싸인펜으로 형형색색 그림을 그렸습니다. 자그마한 계란 위에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 재미있어 보여 어머니와 함께 늦게까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부활절(Quadragesima)의 행복했던 어린시절의 추억입니다.

 

부활절 달걀(Easter Egg)

'달걀 위에 예술적 표현'이라고 하면 재미 있긴 하지만 초등학생이 늦은 시간까지 작은 계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달걀이 작은데다 표면이 곡면이어서 선이 원하는 대로 그려지지가 않으니 투덜거렸던것 기억도 있습니다. 지금음 그때 졸음을 참아가며 밤 늦도록 계란에 그림을 그렸던 추억이 하늘나라 가신 어머니를 더욱 그립게 합니다. 그때는 왜 그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몰랐을까요?

 

달걀은 부활의 상징

부활주일에 미사가 끝나면 성당 입구에서 삶은 계란을 두 개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부활절에 왜 계란을 먹어요?" 부활절에는 달걀을 먹는 게 가톨릭의 전통이고 또한 계란은 부활의 상징이라고 미소지으며 답해 주셨습니다.

 

부활절 달걀 중단

학생시절 몇 년간 부활절 달걀에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기다가 그만 실증이 났었나 봅니다. 어머니께 '힘들어서 더 못하겠다'고 말하고서는 한 두개 그리다가 잠들어 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깨어보니 어머니가 혼자서 거의 밤새다시피 하여 30개의 계란 그림을 완성하고는 몸살이 났었나 봅니다. 그 다음 해에 어머니가 '계란 그림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힘드니 하지말자'고 했고 그 이후 집안의 부활절 전통은 중단되었습니다. '어머니랑 계속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너무 늦어버린 후회입니다.

 

부활절 달걀 준비과정

요즘은 부활절 달걀을 준비하는 방법이 많이 다양해진거 같습니다만 오래전에는 주로 삶은 달걀이거나 빈 껍질 달걀 두 종류가 사용되었습니다. 생 계란에 쇠젓가락으로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 내용물을 빼고 계란 모양만 남은 빈 껍질을 만들어 사용하였습니다. 삶은 달꺌은 깨질 염려가 없지만 부활절 직전에 삶아서 그림을 그려야하니 시간과의 다툼이 일어납니다. 빈 껍질 달걀은 며칠 전에 미리 준비해둘 수 있지만 쉽게 깨어지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다가 몇 번 깨뜨리기도 했으니까요.

 

달걀 위에 그린 그림

부활절 달걀을 준비할 때 삶은 달걀과 안의 내용물을 다 뺀 껍질에 그린 두 가지가 있습니다. 삶은 계란에 그림을 그릴 때 주로 꽃을 많이 그렸고, 병아리, 십자가 등을 더하여 그렸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수녀님께 받았던 부활절 달걀인데 아마도 그 수녀님은 예술가이셨나 봅니다. 화려한 색상과 정교한 그림들은 예술작품 같아서 수 년간 장식장에 보관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부활절 달걀 전통의 유래

부활절 전 40일 간의 사순절 동안 가톨릭 신자들은 빵과 마른 채소만 먹고 육류나 생선 심지어 달걀도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활절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 비로소  오믈렛이나 반숙 달걀을 먹어볼 수 있었는데 그 당시 달걀이 귀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모든 생명은 알에서 나온다

계란은 겉보기에는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생명이 깃들어 있는 계란이 '죽은 뒤 사흘 만에 부활한 예수'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3월 24일 종려주일에 성당에서 산 부활절 초콜렛

 

무지개 빛으로 변한 계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갈보리로 갈 때 잠시나마 십자가를 대신 져 준 사람이 있었나 봅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구레네 시몬으로 계란장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신 뒤 집에 돌아가 보니 계란이 모두 무지개 빛으로 변해 있었고 이후 교회에서는 계란을 부활의 상징으로 사용했다고 전해집니다.

 

부활절 쵸콜렛(Easter Chocolate)

요즘은 삶은 계란에 그림을 그린 부활절 달걀을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마트에 가면 이스터 쵸콜렛(Easter Chocolate)이 넘쳐 나는데 이렇게 계란 모양을 한 부활절 쵸콜렛으로 대체된 듯 합니다. 3월 24일 종려주일에 성당에서 산 부활절 초콜렛을 크리스탈 그릇에 담아 식탁에 올려두었습니다. 크리스탈이 창가의 햇빛을 받으니 쵸콜렛들이 더 이쁩니다.

부활절 쵸콜렛(Easter Chocolate)

부활절 기간

부활절 기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영면을 맞이 후 사흘 만에 부활하신 것을 기념하는 것으로 이것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활절 기간 동안 40일간의 고난 주간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을 묵상하게 됩니다. 재의 수요일에서 시작하여 부활절 일요일까지 지속되며 예수가 사막에서 40일간 시험을 받으신 것을 상징합니다.

 

사순절 부활절 기간

사순절: 2024년 2월 14일(수) - 3월 30일(토)

종려주일: 2024년 3월 24일 (주일)

고난주일: 2024년 3월 25일(월) - 29일(금)

부활주일: 2024년 3월 31일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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