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신앙의 뿌리를 찾아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도시의 대성당을 빠짐없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한 도시에 대성당이 하나만 존재할 수 있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성당은 바실리카로 불리는데 해골 대성당이라고 하니 의아합니다. 남미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가면 7억 년 전 소금으로 만들어진 소금성당이 있어 무척 이색적이었는데요.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여행갔다가 쿠트나호라에 가면 인간의 해골과 뼈로 만든 성당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쿠트나호라행 기차를 탔습니다.
체코 쿠트나호라(Kutná Hora) 여행
프라하(Prague)에 갔을때 시티투어를 신청하기 위해 현지 여행사에 방문했다가 쿠트나호라에 있는 '세들레츠 해골 성당'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납골 성당이라고도 합니다. 인간의 해골로 만든 성당이라니 가톨릭에서 왜 그런 성당을 만든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뜻하지 않게 쿠트나호라로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종점에서 버스로 갈아타서 다시 15분 정도를 걸어 가면 납골 성당에 도달합니다.
쿠트나호라는 13세기에 은광이 발견되어 사람들이 들어와 살게 된 도시라고 해요. 14~15세기에는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 다음으로 큰 도시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정말 한적한 소도시입니다.
세들레츠 해골 성당(Sedlez Skull Cathedral), 쿠트나호라
성당 부근에 다다랐을때 외관은 별다른 특징 없이 시골마을의 평범하고 작은 성당처럼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아연실색하게 됩니다. 성당 내부 벽면은 물론 천장까지 모두 해골과 뼈로 뒤덮힌 모습는 음산하기그지 없습니다. 이 성당이 원래는 1142년 보헤미아 지역 최초의 시토회 수도원 건물 일부라고 합니다.
12세기 세들레츠 수도원이 세워지면서 쿠트나호라의 역사가 시작되었는데 신성로마제국의 직접 통치를 받은 수도원이어서 독일의 수도사들이 와서 지냈다고 합니다.
1812년 수도원이 담배공장이 되었다가 이후 그 담배공장이 필립 모리스에 의해 인수되어 체코 본사와 담배박물관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해골성당의 뜰에는 묘지공원이 있는데 중세 때 흑사병이 돌았을때 수만 명이 이 묘지에 묻힌 것이지요. 해골성당에 도달했을때 뾰족 지붕 위에 해골 문양이 걸려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이 가톨릭 교회가 맞는건지 사탄의 무리에 현혹된건가 하여 혼란스러웠습니다.
인간의 해골과 뼈로 가득찬 성당
성당 벽에는 60여개가 넘는 해골과 그들의 뼈로 만든 조형물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천장을 올려다보았을때 이건 정말 말문이 막힌다. 주렁주렁 달려있는 해골 사이에는 주먹보다 큰 해골들이 박혀서 거대한 샹들리에를 구성하고 있었다. 성당 정면에는 예수의 고난 십자가 상이 세워져 있고 그 아래 해골과 뼈들로 수북하였다. 강렬한 죽음의 메시지다.
예루살렘 성지의 흙에 묻히기를 원했던 유럽인들
이 성당 안에 모아진 해골과 뼈들의 정확한 숫자가 집계된 적이 없지만 적어도 4만구, 많으면 7만구로 추청한다고 한다. 이 성당에도 전해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1278년경 체코의 한 수도원장이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골고다 언덕에서 흙을 한 줌 가져왔는데 성지의 흙은 그리스도교인에게는 축성과 치유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체코에서 중동으로의 여행이 무척 어려운 여정이었으므로 성지에서 온 흙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유럽인들은 세들레츠 묘지에 묻히기는 것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의 유골이 장식품으로 탈바꿈된 이유
14세기에 약 4년간 유럽에 흑사병이 돌면서 유럽의 인구 3명 중 1명이 사망하면서 발생했다. 병자들은 세들레츠 묘지에 묻히기를 바랬고 이때 이 작은 묘지에는 3만여 명의 시신이 매장되었다.
체코의 후스파에 의해 일어난 구교와 신교의 종교전쟁때 약 1만여 명이 이곳에 묻히면서 15세기 말 유골이 성당의 납골당으로 옮겨지고 16세기에 유골이 장식용 소품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재의 성당과 납골당은 바로크 시대인 18세기에 건축가 얀 블라제이 산티니에 의해 재건된 것이다.
세들레츠 납골당 공식 웹사이트: https://www.sedlec.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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