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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삼만리 여정/교회_Church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멕시코의 신비한 차물라(Chamula) 성당

by 소공녀의 별 2024. 11. 23.

우리는 가톨릭 성당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요? 성당의 큰 문을 통과할 때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신비한 교회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고대 마야 의식, 의례 및 토착신앙이 가톨릭과 자연스럽게 융합된 차물라 성당은 산 후안 차물라 마을에 있습니다. 신비롭고 안개가 자욱한 산악 지대에 위치한 이 마을 주민 99%가 초칠 마야어를 사용하는 곳입니다. 차물라 성당에 와서 많은 초를 밝혀가며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진지하여 이단이라는 말이 입안에서만 맴돌뿐입니다. 이 사람들은 무엇을 간절히 빌고 있는 것일까요?

 

가톨릭과 샤머니즘이 융합된 차물라(Chamula) 성당

가톨릭과 토착신앙 샤머니즘이 결합될 수가 있는 것일까요? 가톨릭 교회는 토착신앙을 이단으로 여기지 않나요? 멕시코의 국교가 가톨릭이고, 게다가 세계 3대 성모 발현지 중 하나인 과달루페 성모 대성당이 있는 나라인데 차물라 성당을 보고나서는 그만 충격에 빠져버렸습니다. 가톨릭 성당 성전에서 이러한 토착 제례의식과 의례가 가능한 걸까요? 지금까지 믿어왔던 가톨릭 신앙의 뿌리가 흔들리면서 길 잃은 양이 된거 같습니다. 이곳에 무슨 일이 일어난것일까요?

산 후안 차물라 성당(The Church of San Juan Chamula)

 

마야 인디언 빌리지 산 후안 차물라(San Juan Chamula)

오늘은 마야인의 후손들이 모여산다는 마얀 인디저너스 빌리지로 갔어요. 아침 9시에 마야 인디언 운전기사 펠릭스와 독일인 가이드 가브리엘라가 호텔로 와서 산 후안 차물라로 안내해주었습니다. 가브리엘라는 산크리스토발에 30 여년째 살고 있는 마야 히스토리언이라고 하며 독일 뮌헨에서 왔다고 해요. 마야 언어를 공부하러 왔다가 산크리스토발에 안착하게 되었다고 해요.

 

펠릭스가 운전하는 동안 가브리엘라는 그녀가 공부했던 마야 언어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마을에 들어서니 정말 다른 세상에 온 거 같습니다. 이런 세계가 있었나요?

 

산 후안 차물라 마을을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인상적인 교회가 눈에 들어오는데 가톨릭 교회라고 하네요. 가브리엘라가 교회건물 옆으로 데리고 가더니 벤치의자에 앉아라고 합니다. 별로 피곤하지도 않은데 왜 앉아 쉬라고 하는지 어리둥절했어요. 그리고 그녀는 차가운 땅바닥에 앉더니 나를 응시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나를 응시하니 이상한 기분이 드는데요. 그녀의 모습이 서서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거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가 갑자기 나의 손목을 잡으니 당황했습니다.

산 후안 차물라 성당 정원의 안내문

 

산 후안 차물라 성당(The Church of San Juan Chamula)

차물라 성당의 외부는 밝은 흰색으로 칠해진 벽과 짙은 녹색 장식을 보이며 정면 전체에 아름다운 색색의 꽃이 그려져 있습니다. 거대한 정문 위에는 몇 개의 종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차물라 성당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요?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산 후안 차물라 성당(The Church of San Juan Chamula) 외부 건물

 

사진촬영 금지 규칙

가이드 가브리엘라가 다시 한번 사진 촬영 절대 안되고 휴대폰이나 카메라가 보여도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녀가 독일인이어서 규칙에 너무 철저한가보다 생각하면서도 이 엄격한 규칙을 따라 카메라와 핸드폰은 이미 가방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차물라 성당 맞은편의 장터

 

사람들이 충동을 참지 못하고 몰래 핸드폰을 꺼내 사진 찍으려는 경우가 있었나봅니다. 그들은 카메라를 압수당하거나, 부서지거나, 카메라를 돌려받기 위해 엄청난 벌금을 내야했다고 합니다. 최악의 경우 하룻동안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고 합니다.

차물라 성당 맞은편의 장터

 

솔잎과 연기로 가득찬 성전의 분위기(The Atmosphere: Pine Needles and Smoke)

가브리엘라가 앞서 설명해준대로 성전 안으로 들어가니 교회 의자가 없고 바닥을 가득 덮은 수천 개의 솔잎과 양초들이 보입니다. 테이블과 제단을 포한해 모든 이용가능한 표면에는 양초로 덮혀있습니다. 어두운 불빛 속에 양초와 코팔 수지 향에서 나오는 자욱한 연기가 성전 내부를 초월적이고 마법같은 공간으로 만들어냅니다.

차물라 성당 내부 (사진출처: colonialmexico)

 

초칠 마야어(Tzotzil Maya)

너무 신기하여 성당 내부를 구경하는데 고대 마야 언어로 된 찬송가라고 하는 초칠 마야의 나즈막한 웅웅거림이 이 공간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면서 환각에 빠진듯도 합니다.

 

성전의 양쪽 벽을 따라 일반적인 가톨릭 복장을 한 성인들을 보게 되는데 모두 거울을 들고 있거나 목에 거울을 걸고 있습니다. 성인들의 얼굴이 좀 어스스한데 성인들이 나를 응시하고, 나의 얼굴은 희미하게 반사되어 작은 정사각형 거울을 통해 나를 바라봅니다.

차물라 성당 내부 (사진출처: colonialmexico) (사진출처: Nichim Tour)

 

찬송가와 의식(Chants and Rituals)

독특하게 자율적이고 전적으로 토착적인 마야족이 운영하는 마을과 조화를 이루는 이 교회는 상상도 해본적이 없는 교회의 형식입니다. 경험을 위해 소나무 잎이 가득 널린 성전 바닥에 앉아보았습니다. 눈을 감고 특유의 찬송가가 주변에서 맴도는 희미한 웅얼거림을 들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하고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그 모든 기도에 평화와 치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찬송가는 소나무 잎으로 덮인 바닥에 놓인 여러 가지 색의 양초에서 나오는 연기처럼 올라가는듯 했습니다.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니 전통 의상을 입은 Tzotzil Maya족이 모여 있는 작은 무리가 보였습니다. 정말 조심하면서 살펴보니, 각 작은 무리에 하얀색 옷을 입은 노인이 있습니다. 그들은 찬송가를 부르면서 눈을 감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마치 황홀경에 빠진 것처럼 앞뒤로 흔들렸습니다. 

 

그룹 주변 바닥에는 맑은 액체가 담긴 콜라병과 콜라가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습니다. 한 그룹은 검은 비닐 봉지에 살아있는 닭을 넣고 있었는데, 머리와 깃털이 위로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여전히 희생제물을 바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고대 마야인들이 했던 인간제물이 아니고 닭을 사용하나 봅니다.

 

희생(Sacrifice)

차물라 성당에서는 희생의 의식도 거행됩니다. 고대 마야인들이 인신공양을 했다는 것은 잘아실거에요. 지금은 인간제물 대신에 닭을 이용하나 봅니다. 가브리엘라는 사람의 질병이나 병이 닭이나 달걀로 옮겨지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 주제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니 모든 사악한 에너지나 죄가 닭에게 전달이 되도, 닭이 죽고나면 무당이나 쿠란데로가 희생 제물을 바치면 인간 환자에게서 풀려난다는 것입니다.

 

코카콜라

멕시코를 여행하는 동안 코카콜라가 특별히 취급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코카콜라 병에 담긴 투명한 음료는 폭스(pox), 즉 옥수수, 사탕수수, 밀로 만든 알코올 함량이 높은 달빛 술(moonshine-type liquor)이라고 합니다. 이 달빛 술은 의식에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술은 일상의 세계에서 초자연적 세계로 통행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멕시코 사람들에게 코카콜라가 가톨릭 교회의 성수로 여겨지는 놀라운 현상도 경험합니다. 코카콜라가 교회의 성수라니요? 콜라 마시고 트림을 하는 동안 사악한 에너지가 배출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하네요.

 

미사가 없는 가톨릭 성당

미사가 없는 성당이 존재할까요? 차물라 성당에서는 교회 의자도 없고 신부님도 없는 미사가 없는 교회입니다. 마야 인디언들이 와서 솔잎이 잔뜩 깔린 성전 바닥에 초를 밝히고 기도를 합니다. 가족 단위로 모여서 함께 중얼거리며 기도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미사가 없는 교회이지만 가톨릭 주교님이 한달에 한번씩 와서 세례를 주신다고 합니다. 주교님은 세례식만 진행하고 미사를 올리지는 않습니다. 

산 후안 차물라 성당(The Church of San Juan Chamula)

 

종교적 융합(Syncretism)

여러 가지 색깔의 양초에 관해서, 각 색상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며 특정한 신이나 신을 부를 수 있습니다. 교회에 있는 수십 명의 성인들은 고대 마야 종교의 신이나 신을 가리거나 구체화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가톨릭 교회가 이곳에 살고 있는 맹렬히 반항하는 마야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이었나봅니다. 

 

마야 인디언들은 분명한 이유로 그들의 삶의 방식이나 종교적 신념과 의식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기존 마야 종교에 가톨릭 종교를 중첩하는 것이 허용되었습니다. 그것은 오늘날까지도 여기에서 완전히 분명하며 매끄럽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완전히 독특한 종교문화를 만들어낸거 같습니다.

 

차물라 교회를 둘어본 후 교회 앞의 중앙 광장에서 길 건너편으로 가면 교회 안에서 의식을 치르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보관하고 있는 작은 상점이 있습니다. 양초가 엄청나게 비치되어 있고 폭스(pox) 병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이곳에서 샷을 주문할 수 있는데 'muy fuerte' 음료가 뜨겁지만 부드러운 맛입니다. 관광객으로서 우리가 의식적인 목적으로 마시는게 아니므로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차물라 성당 맞은편의 장터

 

산 후안 차물라 성당 투어 마치며 ...

독일인 가브리엘라와 함께한 투어는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마야어 중에서도 초칠어를 공부했다고 하는 그녀는 규율이 엄격했지만 성실하고 진지하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독일인이면서 마야 인디언 마을에서 살아가는 그녀에게서 마야 초칠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행사에서 산 후안 차물라의 인디언 마을을 제안했을때 관심이 없어 제외하려다 한번 가볼까 한 것이었는데 산 후안 차물라는 놀라운 마을로 이곳에 살면서 그들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굳건히 지켜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산 후안 차물라 성당(San Juan Chamula) 가는 길

산크리스토발에서 산 후안 차물라로 가는 길은 차로 약 20분 정도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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