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대성전 아래, 아주 오래된 시간의 층을 품고 있는 바티칸 스카비(Scavi)가 있습니다.
가이드 투어만 가능한 곳이라며 약 1시간 투어에 1인당 100 유로라는 말을 들으니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느꼈습니다.
‘정말 스카비로 꼭 내려가야 할까?’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왕 바티칸에 왔는데, 그리고 성 베드로의 자취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인데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될 거 같았습니다.
결국 저는 스카비 투어를 하기로 했습니다.

스카비(Scavi) 투어는 무엇일까
바티칸 스카비와 바티칸 그로토를 같은 곳으로 생각했는데, 사실 두 장소는 다릅니다.
스카비 투어는 성 베드로 대성전 아래의 바티칸 네크로폴리스(Vatican Necropolis)를 방문하는 가이드 투어입니다.
이곳은 고대 로마 시대의 묘지 유적이 남아 있는 발굴 구역으로, 사전 예약을 해야 하고 가이드와 함께 들어가야 합니다. 공식 안내도 네크로폴리스를 예약 필수 가이드 투어 구역으로 설명합니다.

반면 바티칸 그로토(Vatican Grottoes)는 그보다 위쪽, 대성전 아래층에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여러 교황과 성인들의 무덤이 있으며, 일반 방문객도 무료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공식 안내에 따르면 바티칸 그로토는 무료 공개 구역이고, 가이드 투어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즉,
스카비 투어 = 네크로폴리스
바티칸 그로토 = 대성전 아래층 묘역
이렇게 이해하시면 가장 정확합니다.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내려간 곳은 단순한 지하가 아니었습니다
스카비 투어를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곳이 단순히 ‘지하 유적’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 아래에는 여러 시대가 층층이 포개져 있습니다.
위에는 오늘의 장엄한 대성전이 있고, 그 아래에는 Vatican Grottoes가 있으며, 더 아래로 내려가면 고대 묘지인 네크로폴리스가 나옵니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네크로폴리스는 Vatican Grottoes보다 더 아래, 대성전 바닥 아래 약 3~11미터 깊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카비 투어는 단지 아래로 내려가는 체험이 아니라, 시간의 아래로 내려가는 경험에 가깝습니다.
눈앞에 놓인 벽돌과 돌무덤, 좁은 통로와 오래된 흔적들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초기 그리스도교의 기억을 붙들고 있는 장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곳에서는 화려한 바티칸의 겉모습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훨씬 더 조용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성 베드로 무덤을 ‘본다’는 것
많은 분들이 스카비 투어를 성 베드로 무덤을 보기 위한 투어라고 생각하실 텐데,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 투어는 성 베드로와 관련된 전통과 발굴 구역을 따라가는 여정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 공식 설명도 이 네크로폴리스가 성 베드로의 무덤과 대성전의 기원을 이해하는 핵심 장소라고 소개합니다.
다만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식으로 “무덤 하나를 선명하게 눈앞에서 보는 경험”과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더 맞는 표현은, 성 베드로의 무덤이 전승되고 기념되어 온 바로 그 장소성과 역사적 층위를 따라 걷는 경험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스카비 투어가 비싸게 느껴졌던 이유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 이 투어는 단순한 관광 상품이라기보다 바티칸에서만 가능한 매우 제한적인 방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식 예약 기준으로 바티칸 네크로폴리스 입장료는 성인 20유로이며, 소규모 그룹으로 약 1시간 동안 전문 가이드와 함께 방문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룹당 최대 인원도 12명으로 제한됩니다.
그래서 혹시 저처럼 100 유로라는 훨씬 높은 금액을 결제하신 분이 있다면, 공식 예약이 아니라 대행 상품이나 다른 서비스가 포함된 예약이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왕 바티칸에 왔다면
바티칸에는 볼 것이 정말 많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 자체도 압도적이고, 돔에 오르면 로마 전경이 펼쳐지고, 광장에만 서 있어도 충분히 벅찹니다.
그런데 스카비 투어는 그런 ‘위로 솟은 바티칸’이 아니라 ‘아래에 쌓인 바티칸’을 보여줍니다.
눈부신 돔과 대리석 제대 아래에, 이름 없이 잠든 시간과 신앙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비싸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이왕 바티칸에 왔다면 해볼 만한 경험이었다고요.
누구에게 추천할까
이 투어는 화려한 볼거리만 기대하는 분보다는,
성 베드로 대성전의 뿌리와 초기 그리스도교의 흔적,
그리고 ‘왜 이 자리에 대성전이 세워졌는가’를 알고 싶은 분께 더 잘 맞을 것 같습니다.
특히 성 베드로 무덤에 대한 전통과 바티칸의 역사적 층위를 직접 느껴보고 싶은 분이라면, 스카비 투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작은 순례처럼 남을 수 있습니다.
마무리
성 베드로 대성전 위에서 올려다보던 믿음의 상징은 웅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래로 내려가 마주한 것은 웅장함보다 더 오래된 침묵이었습니다.
스카비 투어는 화려한 바티칸의 표면을 보는 일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세워지게 된 가장 오래된 자리로 내려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짧은 정보 정리
- 스카비 투어는 바티칸 네크로폴리스 방문 투어입니다.
- 사전 예약이 필요하며, 가이드 동행으로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 Vatican Grottoes는 별도 공간이며, 무료 공개 구역입니다.
- Vatican Grottoes는 공식적으로 가이드 투어 구역이 아닙니다.
별이 된 어머니를 향한 순례길에서 – 소공녀의 별
On a pilgrimage path towards my mother, now a star
– Little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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