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지순례 삼만리 여정/바실리카_Basilica

로마 성 바오로 대성전 밖 (Basilica of St. Paul Outside the Walls)

by 소공녀의 별 2026. 4. 8.

성 베드로 대성전 앞, 정면 계단 아래에는 왼편과 오른편에 각각 거대한 석상 하나씩 서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 석상 모두 성 베드로를 표현한 것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두 인물의 모습이 서로 조금 달랐고, 같은 성인을 양편에 반복해 세워 놓았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궁금해서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더니, 정면에서 대성전을 바라볼 때 왼편의 석상은 천국의 열쇠를 상징하는 열쇠를 든 성 베드로이고, 오른편의 석상은 칼을 든 성 바오로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곧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두 사도가 로마 교회를 상징하는 대표 성인으로 함께 서 있었던 것입니다.

가이드는 이어서 성 바오로 대성전 밖으로 가는 방법도 알려주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시작된 그 짧은 설명 덕분에, 저는 또 다른 로마의 대성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성 바오로 대성전 밖 (Basilica of St. Paul Outside the Walls)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찾아간 곳이 바로 성 바오로 대성전 밖이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의 압도적인 웅장함을 본 뒤라, 처음에는 이곳도 비슷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한 이곳은 조금 다른 인상으로 다가왔습니다. 로마의 번잡한 중심부에서 살짝 비껴난 자리, 옛 성벽 밖에 세워진 이 대성전은 화려하게 압도하는 장엄함보다는 더 차분하고 깊은 울림으로 저를 맞이하는 듯했습니다.

‘밖’이라는 이름은 처음엔 조금 낯설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이 성전은 말 그대로 옛 로마의 아우렐리아누스 성벽 바깥에 세워졌고, 그 이름 안에는 초대 교회의 시간과 순교의 기억이 고요히 스며 있었습니다.

입구를 쉽게 찾지 못해 대성전 바깥을 따라 두 바퀴나 돌아보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성전의 외관을 더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눈길을 붙든 것은 정면 상부의 황금빛 모자이크였습니다. 햇빛을 받은 그 빛은 무척 눈부셔서,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의 인상을 더욱 또렷하게 남겨주었습니다. 

 

성 바오로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성전

이곳은 전통적으로 성 바오로 사도의 무덤 위에 세워진 대성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 바오로는 초대 교회를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선교사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한때는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던 사람이었지만,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극적인 회심을 체험한 뒤 복음을 위해 자신의 삶 전체를 바친 인물이 되었지요. 그의 서간들은 지금도 신약성경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그의 발걸음은 예루살렘과 소아시아, 그리스와 로마를 잇는 거대한 믿음의 지도를 남겼습니다.

그래서 이 성전에 들어선다는 것은 단지 오래된 건축미를 바라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눈앞의 장엄한 공간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스러웠지만, 그보다 더 크게 밀려온 것은 한 사람의 변화된 삶과 그가 남긴 영적 유산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감동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대성전의 내부는 넓고 길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천장과 기둥, 제대와 모자이크가 만들어내는 질서는 무척 아름다웠고, 시선은 저절로 중앙 제대를 향해 모였습니다. 그 공간 전체에는 저를 사색과 기도로 이끄는 고요한 힘이 스며 있었습니다.

성 바오로의 삶은 결코 가장 안전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가장 부르심에 가까운 길을 택했던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대성전 안에 서 있으면, 눈앞의 장엄한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바오로가 걸어간 믿음의 여정까지도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

성 바오로 대성전 안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랜 교회의 얼굴들이 이어지는 전통의 상징들이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들, 촛불의 흔들림, 빛을 받아 조용히 반짝이는 장식들, 그리고 높은 공간 속에 잔잔히 울리는 침묵이 이곳을 더욱 깊고도 경건한 장소로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로마의 대성전들

로마를 걸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로마에는 대성전들이 많은 걸까요? 아마도 이 도시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도들의 기억과 초대 교회의 역사가 겹겹이 쌓인 신앙의 중심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로마의 대성전들은 단지 크고 아름다운 건물이 아니라, 각기 다른 이야기와 상징을 품은 순례의 장소로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성전이 특별한 이유는
웅장한 건축 때문이 아니라
성 바오로의 무덤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물론 눈으로 본다고 해서
그 깊이를 다 알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순교자의 자리,
복음을 위해 자기 생애를 내어놓은 사람의 무덤 가까이 선다는 것은
숭고한 체험이었습니다.

그 앞에서 저는
그저 짧은 기도 한 줄을 마음속으로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주님, 저도 제게 맡겨진 길을
끝까지 걸어가게 해주세요.

 

바오로의 삶은 영웅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수없이 흔들리고 맞서고 견디며 걸어간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가까이 느껴졌습니다.
완벽해서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
부르심 앞에서 방향을 바꾼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로마의 다른 성전들과는 또 다른 울림

로마에는 꼭 가봐야 할 대성전이 많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산타 마리아 마조레…
저마다의 상징성과 아름다움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성 바오로 대성전 밖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마음에 남습니다.
관광객의 흥분보다 순례자의 호흡에 더 가까운 곳,
도시 중심의 화려한 에너지보다
신앙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와, 대단하다’ 하고 지나가는 장소가 아니라
한참을 머물고 싶어지는 장소였습니다.

 

대성전을 나서며

성전을 둘러보고 다시 바깥으로 나왔을 때,

아름다운 성당을 보고 나왔다는 느낌보다,
오래된 믿음의 이야기 속을 잠시 걷고 나왔다는 기분이 더 컸습니다.

성 바오로는 수많은 길을 건넜던 사람이었습니다.
바다를 건너고, 도시를 건너고, 박해와 오해를 건너
마침내 로마에 닿았던 사람.
그리고 그 길 끝에서 그는 죽음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오래 남는 증언이 되었습니다.

그의 무덤 위에 세워진 이 대성전 앞에서
저 역시 제 삶의 길을 잠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멀리 왔다는 사실보다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곳이 조용히 알려주는 듯했습니다.

로마에서 성 바오로 대성전을 찾는다면
이곳은 단지 체크리스트에 넣고 지나갈 장소가 아니라,
조금 천천히 머물며
사도의 침묵을 들어보아야 할 성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곳에는 분명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오래 남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서명
On a pilgrimage path towards my mother, now a star
– Little Star

 

 

#이탈리아성지 #성지순례 #바오로사도무덤 #로마대성전투어 #로마4대성전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