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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삼만리 여정/바실리카_Basilica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 — 새벽에 다시 오른 바티칸의 하늘.

by 소공녀의 별 2026. 3. 28.

성 베드로의 무덤을 둘러보는 가이드 투어를 마친 뒤, 저는 네크로폴리스 구역을 지나 마침내 성 베드로 대성전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그 순간 제 앞에 펼쳐진 광경은 숨이 멎을 듯할 만큼 장엄했습니다. 거대한 중앙 제대와 화려한 황금빛 모자이크, 높이 치솟은 천장과 웅대한 공간감 앞에서 저는 한동안 넋을 잃고 서 있었습니다. 그곳은 단지 아름다운 건축물이 아니라, 오랜 신앙의 기억과 기도가 켜켜이 쌓인 성지였어요.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 — 새벽에 다시 오른 바티칸의 하늘

돔에 오르지 못한 날

성 베드로 대성전의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긴 채 내부에 너무 오래 머문 탓에, 저는 결국 돔에 오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돔 입구로 갔을 때는 이미 그날의 입장이 끝난 뒤였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 공식 안내에 따르면, 돔은 오전 7시 30분에 열리고 겨울철에는 오후 5시에 닫힙니다.

여행지에서 대성당을 찾을 때마다 저는 늘 종탑이나 돔에 올라 그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을 즐깁니다. 그래서 이번에 돔에 오르지 못한 일은, 제게 순례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한 미완성처럼 느껴졌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 돔 위에서 내려다본 바티칸과 로마

다음 날 새벽, 다시 바티칸으로

실망스러운 마음을 안고 호텔로 돌아온 뒤 인터넷으로 다시 찾아보니, 돔 입장 티켓은 아침 7시부터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성전 안에서 올려다본 그 거대한 돔의 모습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기에, 이대로 포기하면 평생 후회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은 꼭 다시 오르기로 마음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독감에 걸려 며칠째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저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서둘러 길을 나섰고 아침 7시도 되기 전에 바티칸에 도착했습니다. 놀랍게도 벌써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지만, 다행히 그들은 대성전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었고 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은 제가 가장 먼저였습니다.

돔 입장은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된다고 하여 30분 동안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그 짧은 사이 제 뒤로 사람들이 빠르게 모여들었고, 어느새 줄은 길게 이어졌습니다. 전날 한 번 놓치고 돌아섰던 터라, 그 기다림조차 제게는 다시 허락된 순례의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엘리베이트 타고 도착한 성 베드로 대성전 돔의 테라스

숨이 차오르던 돔 오르기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은 정상까지 모두 걸어 올라가면 총 551계단입니다. 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중간 테라스까지 올라간 뒤, 거기서 다시 320계단을 걸어 정상에 올랐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테라스까지만 운행합니다.

돔의 테라스에서부터 시작되는 계단길이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가파르고 좁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간으로 갈수록 벽면을 따라 휘어 오르는 나선형 통로는 몸을 약간 기울여야 할 만큼 비좁은 곳도 있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밟을수록 숨은 점점 거칠어졌고, 가슴은 헉헉거렸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힘겨움이 오히려 이 길을 더 특별한 순례길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 돔 위 테라스 — 성인상들이 늘어선 하늘 가까운 길

돔 위에서 만난 바티칸의 장관

그렇게 힘겹게 마지막 계단을 올라 마침내 돔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 제 앞에는 정말 놀라운 장관이 펼쳐졌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아래로 펼쳐진 성 베드로 광장이었습니다. 베르니니의 거대한 타원형 열주가 마치 두 팔을 벌려 순례자들을 품어 안듯 광장을 감싸고 있었고, 한가운데 우뚝 선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전체 공간은 놀라울 만큼 질서정연하게 보였습니다. 아래에서 걸을 때는 미처 다 느끼지 못했던 광장의 구조와 조화가 높은 곳에서는 한눈에 또렷하게 들어왔습니다.

 

조금 더 멀리 시선을 보내자 바티칸 성벽 너머로 로마의 지붕들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황토빛과 회갈색 지붕들 사이로 여기저기 돔과 종탑이 솟아 있었고, 도시 전체는 이른 아침 햇살 아래 서서히 깨어나는 듯 보였습니다. 아름다운 바티칸 정원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고, 멀리로는 로마 시가지가 부드럽게 펼쳐졌습니다. 오래된 도시가 품고 있는 깊이와 무게란, 어쩌면 바로 이런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 돔 위에서 만난 바티칸의 장관

돔 안에서 만난 또 다른 감동

이 돔의 감동은 바깥 풍경에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르는 길에서 마주한 돔 내부의 황금빛 모자이크는 아래 대성전 바닥에서 올려다볼 때와는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그저 찬란한 장식처럼 보이던 것이, 가까이에서는 수많은 손길과 오랜 시간이 켜켜이 쌓인 섬세한 작업으로 드러났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 공식 안내에서도 이곳에서 미켈란젤로의 돔과 장대한 모자이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고 소개합니다.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 모자이크가 인간의 손으로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신께서 인간의 손을 빌려 이 놀라운 아름다움을 창조하신 것은 아닐까요?

베르니니의 발다키노 너머로 올려다본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
돔 오르는 길에서 가까이 마주한 성 베드로 대성전의 모자이크

하나로 이어진 순례의 시간

그 순간 저는 전날 성 베드로의 무덤 앞에서 느꼈던 경외감과, 대성전 안에서 올려다보던 장엄함, 그리고 이른 새벽 다시 이곳을 찾아와 숨을 고르며 계단을 오른 시간이 모두 하나로 이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성전 아래에서는 사도의 무덤과 초대 교회의 기억을 만났고, 대성전 안에서는 하늘을 향해 치솟는 신앙의 아름다움을 바라보았으며, 돔 위에서는 그 모든 것을 품은 바티칸과 로마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습니다.

돔 오르는 길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성 베드로 대성전 내부
대성전 내부에서 올려다본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
성 베드로 대성전 내부의 금빛 돔 장식과 프레스코

전망대가 아니라 또 하나의 순례길

제게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은 순례자의 마음으로 올라가야만 닿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순례길이었습니다. 숨이 차고 다리가 무거워진 끝에 마주한 그 하늘과 도시의 풍경은, 단지 “멋있었다”는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전날 마지막 입장 시간을 놓친 일은 그 순간에는 몹시 아쉬웠지만, 돌이켜보면 오히려 그 덕분에 저는 다음 날 새벽 가장 고요한 시간에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었고, 그래서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새벽의 기다림과 320계단 끝에서, 성 베드로 대성전이 왜 수많은 순례자들의 마음을 다시 움직이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별이 된 어머니를 향한 순례길에서 – 소공녀의 별
On a pilgrimage path towards my mother, now a star – Little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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