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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삼만리 여정/바실리카_Basilica

아시시의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대성당

by 소공녀의 별 2026. 2. 22.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대성당
Basilica of Santa Maria degli Angeli (Assisi)

서문
아시시 순례가 언덕 위의 돌길에서 시작된다면, 이 성당은 “아래로 내려가서” 만나는 시작의 자리입니다. 성 프란치스코와 성녀 클라라의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이 어느 순간 포화 상태가 되는데, 저는 그때 산 아래 평지로 내려가 이 대성당을 만났습니다. 거대한 성전이 눈앞에 펼쳐지지만, 이곳의 핵심은 웅장함이 아니라 “품음”입니다. 대성당은 스스로를 드러내기 위해 세워진 건물이 아니라, 한가운데 놓인 작은 예배당을 지키기 위해 세워진 보호막처럼 느껴졌습니다. 

 

1장. 아시시의 아래쪽, 풍경이 바뀌면 순례의 호흡도 바뀐다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Santa Maria degli Angeli)는 아시시 언덕 아래 평지에 자리한 마을입니다. 위쪽 아시시가 중세 골목과 경사, 전망으로 기억된다면 이곳은 길이 넓고 하늘이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걸음도 마음도 조금 더 “생활 쪽”으로 내려옵니다. 성인이 살았던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성인이 “처음 마음을 정한 자리”로 되돌아오는 느낌이었습니다. 

 

2장. 왜 이렇게 큰 성당이 필요했을까
이 대성당은 1569년부터 1679년 사이 매너리즘 양식으로 건립되었고, 내부에 9세기 작은 성당인 포르치운콜라(Porziuncola)를 감싸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순례자가 급증하면서 작은 포르치운콜라만으로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그 결과 “작은 성당을 품는 큰 성당”이라는 독특한 구조가 탄생했다고 전해집니다. 설계에는 갈레아초 알레시(Galeazzo Alessi)와 비뇰라(Vignola)가 언급됩니다. 

 

3장. 돔 아래의 중심, 포르치운콜라가 가르쳐 주는 것
대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시선은 결국 돔 아래 한 점으로 모입니다. 그 중심에 포르치운콜라가 서 있습니다. 프란치스칸 전통에서 포르치운콜라는 가장 거룩한 장소로 불리며, 프란치스코가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가난의 길을 선택해 프란치스칸 운동의 시작으로 이어졌다고 설명됩니다. 저는 여기서 “위대한 시작은 늘 작다”는 문장이 가장 현실적으로 들렸습니다. 

 

4장. 트란시토 경당, ‘마지막’이 남기는 가장 조용한 빛
이 대성당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방이 있습니다. 트란시토(Transito) 경당입니다. 안내에 따르면 이곳은 프란치스코가 선종한 방(그 기억이 보존된 자리)로 전해집니다. 넓고 환한 공간을 지나, 더 작고 낮은 공간 앞에 서면 순례의 톤이 바뀝니다. 감탄이 아니라 내려놓음, 증명이 아니라 고백 쪽으로요. 

 

5장. ‘아시시의 대사면’이 열리는 날을 떠올리며
포르치운콜라를 특별하게 만드는 전통 가운데 하나가 ‘아시시의 대사면(The Pardon of Assisi)’입니다. 8월 2일을 중심으로 많은 순례자가 포르치운콜라를 찾아 평화와 용서, 복음적 삶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고 지역 안내는 전합니다. 저는 방문 날짜가 그 시기와 겹치지 않았지만, 오히려 한산한 날의 고요 속에서 “자비는 군중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쪽으로 생각이 흘렀습니다. 

 

6장. 내부는 의외로 절제되어 있다
대성당은 거대하지만, 중심부의 분위기는 단정합니다. 자료에서는 내부가 “단순하면서도 우아하다”고 설명하며, 측면 경당의 장식과 대비되는 구성을 언급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장식이 감정을 끌어올리기보다, 공간의 스케일이 오히려 작은 포르치운콜라를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큰 것은 작은 것을 가리지 않고, 작은 것이 큰 것의 의미를 정해 주는 구조였습니다. 

 

7장. 순례 팁, 이곳은 ‘둘러보기’보다 ‘머물기’가 더 어울린다
이 성당은 단체 방문이 많은 편이라, 가능하면 이른 시간 또는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를 노리면 좋습니다. 개방 시간은 계절·전례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최신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여행 가이드에서는 “대체로 오전/오후로 나뉘어 운영”된다고도 소개합니다. 
사진을 찍는다면 추천 장면은 두 가지입니다.

  • 외부: 돔과 파사드가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정면 혹은 측면(‘평지의 하늘’이 같이 담기게)
  • 내부: 대성당의 거대한 아치 너머로 포르치운콜라가 “작은 집처럼” 보이게 원근감을 살린 장면

맺음말. 아시시 순례의 균형을 잡아주는 ‘아래쪽 성지’
언덕 위 아시시가 “이야기를 배우는 도시”라면,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는 “이야기가 시작된 크기를 기억하는 곳”이었습니다. 거대한 대성당이 작은 예배당을 감싸고 있는 모습은, 신앙이 얼마나 자주 ‘크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작고 반복되는 결심’으로 지켜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남았습니다. 

 

별이 된 어머니를 향한 순례길에서 – 소공녀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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