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진 테나리페에 와서 오래된 성당을 찾았습니다. 테나리페는 바다와 햇살이 먼저 떠오르는 섬이지만, 제 여행은 종종 “성당의 의자에 잠시 앉는 순간”에서 가장 깊어집니다. 라 라구나(La Laguna)의 골목을 걷다가 콘셉시온 성당(Iglesia de la Concepción)에 들어갔고, 한참을 앉아 조용히 묵상했습니다.
테나리페 섬의 라 라구나(La Laguna)
라 라구나는 걷는 도시입니다. 길은 반듯했고, 창문과 문틀이 만든 리듬이 고요하게 이어졌습니다. 골목을 몇 번 꺾자 성당이 나타났습니다. 큰 표지판이 없어도, 성당 특유의 “조용한 중심”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문을 열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맨 뒤쪽 긴 의자에 앉아 마음속으로 짧게 기도드렸습니다. 여행지에서의 기도는 길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잠깐의 침묵 기도만으로도 마음의 방향이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콘셉시온 성당(Iglesia de la Concepción)
콘셉시온 성당(a Catholic parish church in La Laguna) 내부는 화려함보다 구조의 단단함이 먼저 보였습니다. 아치와 기둥이 만들어내는 깊이, 천장의 나무 결, 제대 쪽으로 자연스럽게 모이는 시선의 흐름이 분명했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봐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마음이 바빠집니다. 그런데 성당 안에서는 오히려 “이제 그만 봐도 됩니다”라는 허락을 받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성당에 들어서면 사진부터 찍지 않습니다. 잠시 앉아 머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촛불이 놓인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그 앞에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낮추었습니다.
콘셉시온 성당의 종탑(벨 타워)
이 성당을 찾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종탑(벨 타워)이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하다 성당을 만나면 가능하면 종탑에 올라가곤 합니다. 전망을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종탑은 늘 “도시를 이해하는 자리”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성당 안의 고요함과는 다른 종류의 침묵이 따라왔습니다. 발소리만 또렷해지고 숨이 조금씩 차올랐습니다. 올라갈수록 ‘내가 지금 무엇을 보러 가는가’가 더 분명해졌습니다. 종탑은 단지 높이 올라가는 구조물이 아니라, 마음의 속도를 정리하게 하는 작은 순례의 길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탑이 특별한 이유는 전망만이 아니었습니다. 라 라구나 구시가지의 상징이자 17세기 역사를 품은 랜드마크로 알려져 있고,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큰 종이 있다고도 전해집니다. 그래서 이곳은 “높은 곳에 올라 사진을 찍는 장소”를 넘어, 도시의 시간과 소리를 함께 만나는 자리입니다.
종탑 위에 서자 라 라구나가 한 번에 펼쳐졌습니다. 아래에서 골목을 걸을 때는 부분만 보이던 것들이, 위에서는 연결된 선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길의 방향과 지붕의 반복, 낮은 건물들이 만든 수평선, 멀리 이어지는 하늘의 깊이까지 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성당이 왜 도시의 중심이 되는지”를 다시 느꼈습니다. 성당은 단지 종교 건물이 아니라, 오랜 시간 공동체의 시간을 모아온 자리입니다. 종은 시간을 알리고 사람을 부르며, 기도의 시간을 열어 왔습니다.
이 종탑이 특별한 이유
- 라 라구나의 상징 랜드마크
이 종탑은 라 라구나 구시가지(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대표적인 ‘도시 표지’로 자주 언급됩니다. ‘어디를 걷든 결국 시선이 탑으로 돌아간다’는 식의 상징성이 있어요. - 역사적 가치
현재의 탑은 17세기 말에 세워졌고(이전 탑을 대체), 라 라구나의 식민(카나리아) 건축사의 중요한 증거로 소개됩니다. - 독특한 건축 스타일
투스카니 양식(Tuscan style) 종탑으로 설명되며, 이탈리아 토리노 대성당의 종탑과 닮았다는 비교도 나옵니다. ‘테나리페에서 갑자기 이탈리아의 선이 보이는 순간’이 바로 이 탑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에요. - 카나리 제도에서 가장 큰 종
이 교회 종탑에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큰 종이 있다고 소개됩니다. 종탑 정상부에서 종들 바로 옆을 지나게 되는 경험 자체가 “전망 + 소리(사운드스케이프)”로 기억에 남습니다.
또 현장형 방문기에서는 종이 여러 개(예: 6개)를 확인했다는 기록도 있어요. - 도시 이해의 관측소처럼 작동하는 전망대
위에 올라가면 라 라구나의 도시 구조가 한눈에 정리됩니다. 라 라구나가 역사도시로서 평가받는 이유(도시 계획, 거리의 결)를 “읽게 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종탑은 단순 전망대가 아니라 도시 이해의 관측소처럼 작동합니다.
종탑에서 내려온 뒤 저는 다시 성당 안에 잠시 앉았습니다. 올라갈 때는 기대와 호기심이 앞섰지만, 내려온 뒤에는 감사의 마음이 더 또렷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라 라구나의 골목으로 나왔습니다. 같은 길인데도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위에서 도시를 한 번 정리하고 내려오니, 걸음이 덜 흔들렸습니다. 저는 그렇게 또 한 번, “순례처럼 걷는 여행”을 했습니다.
별이 된 어머니를 향한 순례길에서 – 소공녀의 별
On a pilgrimage path towards my mother, now a star
– Little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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