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 어머니께서 제 이름을 부르시며 메주고리예로 이끌어 주신 것만 같은 신비를 제 안에서 묵상하고 있습니다. 본당 교우님들께 메주고리에 성지순례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지만, 저는 ‘꼭 가보고 싶다’는 강한 마음이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10월 9일, 어느새 메주고리예를 향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면서 마음속에서 작은 놀라움이 일었습니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순례의 길 위에 서게 된 걸까? 주님께서 이끄신 걸까, 아니면 그저 우연일까?”
메주고리예를 향하게 된 뜻밖의 길
저는 사라진 고대 문명에 관심이 많아, 늘 고고학 유적지를 따라 여행하곤 했어요.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인더스 문명을 직접 밟아 보고 싶어, 현지 유적지 안내를 도와줄 여행사를 수소문하고 있었지요. 학교 교과서 속에서만 보던 ‘모헨조다로’와 ‘하라파’라는 이름을 여행 일정표에서 마주했을 때, 어린 시절의 호기심이 다시 깨어나는 듯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하지만 곧 예상치 못한 안내를 받게 되었어요. 인더스 문명 유적이 흩어져 있는 인도 북부와 파키스탄 지역이 현재 ‘여행 자제 지역’이라는 것이었어요. 그곳은 여행자 보험의 보장도 받기 어려운 곳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설렘보다 두려움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한 번쯤 가 보고 싶다…”는 미련을 붙잡고 여러 방향으로 방법을 찾아 보았지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랫동안 꿈꾸던 파키스탄 여행을 내려놓고, 대신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해진 크로아티아로 목적지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제 여행 지도 한켠에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하나의 이름이 들어왔습니다.
메주고리예(Medjugorje)
크로아티아 인근에 자리한 이 작고 낯선 마을의 이름 하나가, 제 여정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인더스 고대 문명을 찾아 떠나려던 제 발걸음은, 어느새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은총의 마을’이라 불리는 메주고리예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인더스 문명 여행이 막힌 그 자리가 바로, 성모님께서 제게 다른 문을 열어 주신 자리가 아니었을까요? 인간의 계획이 멈춰 선 그 지점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순례길을 제 앞에 펼쳐 보이셨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이렇게 고백하고 싶습니다.
“메주고리예로 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어머니의 초대였다고.”
메주고리에 어디에 있나?
메주고리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남부, 헤르체고비나 지역에 있는 작은 순례 마을로, 행정적으로는 치틀루크(Čitluk) 자치구에 속해요. 모스타르에서 남서쪽으로 약 25km 떨어져 있고, 크로아티아 국경과도 가까운 편입니다. 순례의 핵심 지점은 ‘발현 언덕(Podbrdo)’과 ‘크리제바츠(Križevac, 십자가 산)’이며, 보통 모스타르·두브로브니크·스플리트 공항을 통해 접근해 메주고리에로 들어가게 돼요.

저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공항에서 빌린 렌터카로 밤길을 달려 메주고리예로 향했습니다. 차량 운전으로 국경을 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좁은 산골 국경 도로를 따라가며 한편으로는 초행길의 어둠이 두렵기도 했지요. 그런데 메주고리예로 향하는 그 길 위에서, 이상하게도 제 마음은 점점 더 아늑하고 편안해졌습니다.

크로아티아로 출국하기 전날, 본당 신부님께서 제 머리에 손을 얹고 여행길을 위한 강복을 해 주셨기 때문일까요? 사제의 안수와 강복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그 순간부터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한 평화가 머무는 듯했고, 마치 성모님께서 이 여정을 함께 동행해 주시는 듯한 따듯한 위로를 느낄 수 있었어요.

메주고리예가는 방법
한국 부산에서 출발해 메주고리예를 찾아간 여정은 아래 링크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어요. 제가 출발했던 9일(목요일)에는 KLM 항공편이 인천–암스테르담–크로아티아(두브로브니크)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일정이 있어 KLM 웹사이트에서 바로 예약했어요. 부산에서 부친 수하물을 최종 목적지인 두브로브니크에서 한 번에 찾을 수 있었다는 점도 무척 편리했습니다. 두브로브니크 공항에 도착한 뒤에는 미리 예약해 둔 렌터카를 찾아 메주고리예까지 직접 운전해 들어갔어요.
메주고리예 순례 가는 법 — 한국 출발 올인원 가이드: https://stella-mum.tistory.com/230
메주고리에 순례 가는 법 — 한국 출발 올인원 가이드
메주고리에를 찾아가는 길은 정말 긴 여정이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을 가기 위해 부산 김해공항에서 대한항공편으로 이동하였어요. 서너시간 대기 후 KLM편으로 암스테르담 공항을 거쳐 크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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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브르도(Apparition Hill, Podbrdo)
메주고리예 순례에서 가장 깊이 마음에 남은 곳은 단연 포드브르도입니다. 바위 언덕을 따라 오르는 돌길이 너무 험하고 가파라, 올라가는 내내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 힘듦을 끝까지 견디고 마침내 정상에 올랐을 때 느꼈던 기쁨과 희열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컸어요.
갑자기 해가 빠르게 지면서 돌길 주변이 캄캄해졌고, 그런 어둠 속에서 계속 오르는 일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지요. 그런데 同行하던 ‘검은양’이 이번에도 포기하면 “나는 두 번 다시 안 온다”라며 농담 반, 협박 반으로 등을 떠밀어 주는 바람에, 저도 죽을힘을 다해 바위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성모님 발현 언덕을 향한 그 발걸음 하나하나가, 신앙의 길에서 포기하지 말라는 조용한 초대처럼 느껴졌습니다.
메주고리예 I Apparition Hill(포드브르도, Podbrdo) 순례길: https://stella-mum.tistory.com/228
[메주고리에] Apparition Hill(포드브르도, Podbrdo) 순례길
Apparition Hill(포드브르도)은 1981년 성모 발현이 처음 보고된 바위 언덕으로, 1989·2002년 설치된 묵주기도 청동 부조를 따라 기도하며 오르는 순례길입니다. 정상부에는 2001년 ‘평화의 모후’ 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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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신 그리스도 상 (Risen Christ statue)
부활하신 그리스도 상을 만나기 위해 저는 11일 오전, 12일 밤, 13일 새벽, 이렇게 세 번 그곳을 찾았습니다. 메주고리예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 성 야고보 성당 주변을 둘러보다가 사람들이 조용히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따라가 보니, 작은 공터 한가운데에 부활하신 그리스도 상이 서 있었어요.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문 때에는 사람들 가까이까지 다가가, 상에 손을 대고 기도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어요. 그러다 세 번째,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다시 찾아간 그 자리에서 마침내 저도 상에 손을 얹었는데,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이 온몸을 지나가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와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메주고리예 I 부활하신 그리스도 상 — 물방울이 스며나오는 이유?: https://stella-mum.tistory.com/227
[메주고리에] 부활하신 그리스도 상(Risen Christ statue) — 물방울이 스며나오는 이유?
메주고리에 성 야고보 성당 뒷편으로 조금 내려가니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십자가의 길' 기도하는 줄인가 하고 앞쪽을 보니 브론즈 조각상이 보였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 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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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야고보 성당 (St. James Church)
메주고리예 본당은 1892년에 설립되었고, 순례자의 수호성인 성 야고보(대야고보)의 호칭을 받아 순례지의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첫 성당은 1897년 완공되었으나 지반 문제로 사용이 어려워져, 이후 새 성당이 1969년 1월 19일 축성되었고 1980년경 내부 마감과 쌍탑 등이 정비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유럽의 화려한 성당 건축물과 달리 소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성 야고보 성당 (St. James Church): https://stella-mum.tistory.com/229
[메주고리에] 성 야고보 성당(St. James Church)
1892년 설립된 메주고리에 본당의 성당으로, 1969년 새 성당이 축성되었습니다. 1981년부터 보고된 성모 발현으로 전 세계 순례가 몰리면서 1989년 야외 제대가 추가되었고, 현재는 여러 언어로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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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봉헌 — 밤하늘에 피어나는 빨간 기도
메주고리예의 붉은 초는 사랑과 희망의 상징입니다. 기적을 ‘보려는’ 마음보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기억하려는 마음으로 초를 켜면 그 불빛이 밤보다 오래 남습니다. 불빛은 사라지며 위로 타오르고, 그 시간만큼 우리의 기도도 계속 올라간다는 상징을 지닙니다.
메주고리예 I 촛불 봉헌 — 밤하늘에 피어나는 빨간 기도: https://stella-mum.tistory.com/233
[메주고리에] 촛불 봉헌 — 밤하늘에 피어나는 빨간 기도
어둠이 내린 언덕 아래, 수천 개의 빨간 촛불이 한 호흡처럼 흔들립니다. 사람들은 조용히 이름을 속삭이고, 작은 불빛 하나에 마음을 맡깁니다. 메주고리에의 촛불 봉헌은 화려하지 않지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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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산 (Cross Mountain, 크리제바츠, Križevac)
메주고리예에서 가장 힘든 난코스가 '십자가의 산'이에요. 성 야고보 성당을 등지고 북쪽을 올려다보면, 날이 맑을 때 산 정상의 회색 십자가가 선명해요. 현지인들은 크리제바츠(Križevac, ‘십자가의 산’)라 부르고, 많은 순례자들이 “메주고리에의 정상”이라 여기는 곳이지요. 거친 석회암과 바람, 가파른 경사—세 가지가 만들어내는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묵주를 쥐고 한 걸음씩 올라갑니다.
메주고리예 I Cross Mountain(크리제바츠, Križevac) — 거친 돌길 위에서 만나는 가장 깊은 침묵: https://stella-mum.tistory.com/235
[메주고리에] Cross Mountain(크리제바츠, Križevac) — 거친 돌길 위에서 만나는 가장 깊은 침묵
성 야고보 성당을 등지고 북쪽을 올려다보면, 날이 맑을 때 산 정상의 회색 십자가가 선명합니다. 현지인들은 **크리제바츠(Križevac, ‘십자가의 산’)**라 부르고, 많은 순례자들이 “메주고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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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블루 크로스(The Blue Cross)
밤이면 윗마을 비야코비치(Bijakovići)에서 내려오는 길 끝, 발현 언덕(Podbrdo·Apparition Hill) 자락에 푸른 십자가가 은은한 조명을 띠고 서 있습니다. 순례객들은 여기서 묵주를 바치고, 가족과 아픈 이를 위해 조용히 봉헌 기도를 드립니다.
메주고리예 I 더 블루 크로스(The Blue Cross) — 발현 언덕 자락의 조용한 기도 자리: https://stella-mum.tistory.com/234
[메주고리에] 더 블루 크로스(The Blue Cross) — 발현 언덕 자락의 조용한 기도 자리
밤이면 윗마을 비야코비치(Bijakovići)에서 내려오는 길 끝, 발현 언덕(Podbrdo·Apparition Hill) 자락에 푸른 십자가(Blue Cross)가 은은한 조명을 띠고 서 있습니다. 순례객들은 푸른 십자가 앞에서 묵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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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어머니를 향한 순례길에서 – 소공녀의 별
On a pilgrimage path towards my mother, now a star – Little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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