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지순례 삼만리 여정/예배당_Chapel

포르투갈 작가 카스틸류가 머문 마데이라의 성모 예배당.

by 소공녀의 별 2026. 5. 1.

마데이라 푼샬에는 바다 가까이에 자리한 작은 성모 예배당이 있습니다. 이름은 펜하 데 프랑카 성모 예배당, Chapel of Our Lady of Penha de França입니다.

이 작은 예배당에는 성모님께 바쳐진 기도의 역사뿐 아니라, 포르투갈 문학사의 한 인물이 머물렀던 이야기도 남아 있습니다.

그 인물은 포르투갈 작가 안토니오 펠리시아노 드 카스틸류, António Feliciano de Castilho입니다.

 

바다 곁 작은 예배당에 남은 작가의 흔적

펜하 데 프랑카 성모 예배당은 푼샬 만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다와 항구가 가까운 곳에 있어, 예배당 밖으로 나서면 마데이라의 바람과 대서양의 빛이 느껴집니다.

이곳은 1622년에 세워진 오래된 성모 예배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Penha”는 바위나 암봉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름처럼 이 예배당은 바다 가까운 바위 언덕 위에 자리한 작은 기도의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이 예배당의 역사에는 흥미로운 문학적 흔적이 하나 전해집니다.

포르투갈의 유명한 작가이자 시인인 카스틸류가 한때 이 예배당에 딸린 옛 거주 공간에서 머물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예배당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작은 제대와 성모상, 오래된 벽과 조용한 의자들 사이에 한 작가의 시간도 함께 겹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푼샬 만 가까이에 자리한 펜하 데 프랑카 성모 예배당

카스틸류는 누구였을까

António Feliciano de Castilho는 1800년 리스본에서 태어난 포르투갈의 시인, 작가, 번역가, 교육가입니다. 그는 포르투갈 낭만주의 문학의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삶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점은 어린 시절 병으로 거의 시력을 잃었다는 사실입니다.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삶이었지만, 그는 문학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읽고 쓰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그는 시와 번역, 교육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안토니오 펠리시아노 드 카스틸류의 초상, 작자미상

어둠 속에서도 언어를 붙들었던 사람

왜 그는 마데이라에 왔을까요?

카스틸류가 마데이라에 온 것은 단순한 여행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병든 형제 Augusto Frederico를 돌보기 위해 마데이라에 머문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마데이라는 온화한 기후 때문에 병을 앓는 사람들이 요양을 위해 찾던 섬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데이라의 바람과 햇살도 그의 형제를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Augusto Frederico는 1840년 12월 31일, 마데이라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카스틸류는 그 죽음을 겪은 뒤 이듬해 초 포르투갈 본토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카스틸류의 마데이라 체류는 낭만적인 섬 여행이라기보다, 병든 가족을 돌보고 끝내 이별을 맞이한 시간이었습니다.

 

그가 머문 예배당의 옛 거주 공간

카스틸류가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곳은 펜하 데 프랑카 성모 예배당에 딸린 옛 거주 공간입니다.

병든 형제를 돌보던 시간, 낯선 섬에서 맞이한 겨울, 바다 가까운 예배당의 침묵, 그리고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이 그곳에 잠시 머물렀을 것입니다. 카스틸류에게 이 예배당은 기도와 돌봄, 기다림과 이별이 함께 있던 자리였을 것입니다.

펜하 데 프랑카 성모 예배당의 부속 건물과 정원 — 카스틸류가 머물렀던 옛 거주 공간도

성모 예배당에서 만나는 문학과 기도

펜하 데 프랑카 성모 예배당은 성모님께 봉헌된 작은 기도의 장소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이곳에서 삶의 근심을 내려놓고, 병든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보호와 평화를 청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카스틸류의 이야기를 알고 나면, 이 예배당의 기도는 조금 더 인간적인 빛을 띱니다.

그도 이곳에서 아픈 가족을 돌보았습니다. 그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겪었습니다. 그도 어쩌면 성모님 앞에서 말없이 머물렀을지 모릅니다.

예배당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작지 않습니다.

성모님을 향한 신심, 마데이라 교회의 역사,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도, 그리고 한 포르투갈 작가의 슬픈 체류가 이 작은 공간 안에 조용히 겹쳐 있습니다.

 

작은 공간이 품은 큰 시간

큰 성당은 그 규모로 사람을 압도합니다. 높은 천장과 장엄한 제대, 화려한 장식과 긴 역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작은 예배당은 다른 방식으로 마음에 다가옵니다. 누군가 앉았던 의자, 조용히 켜진 촛불, 오래된 벽, 성모님 앞의 침묵이 더 가까이 느껴집니다.

카스틸류가 머문 펜하 데 프랑카 성모 예배당도 그런 곳입니다.

작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의 이야기가 더 잘 들리는 곳.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의 슬픔이 더 오래 머무는 곳.
바다 곁에 있어 떠남과 기다림, 기도와 이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곳.

 

마데이라에서 이 예배당을 찾는다면

이곳은 성모님께 봉헌된 오래된 예배당입니다. 동시에 한 포르투갈 작가가 병든 가족을 돌보며 머물렀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는 거의 앞을 보지 못했지만, 언어의 세계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겨울, 마데이라의 이 작은 예배당 곁에서 사랑하는 형제를 떠나보냈습니다.

그 이야기를 알고 예배당 앞에 서면, 이곳의 고요함은 조금 더 깊게 다가옵니다.

작은 예배당은 그렇게 여러 사람의 시간을 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의 시간, 여행자의 시간, 병든 이를 돌보는 사람의 시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의 시간, 그리고 한 작가의 침묵까지도.

펜하 데 프랑카 성모 예배당은 작지만, 그 안에는 기도와 문학, 슬픔과 위로가 함께 머물고 있습니다.

 

별이 된 어머니를 향한 순례길에서
– 소공녀의 별

On a pilgrimage path towards my mother, now a star
– Little Star

 

 

#푼샬성당 #마데이라성당 #포르투갈문학 #포르투갈작가 #마데이라문학기행 #성모신심 #가톨릭순례 #마데이라순례 #작은예배당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