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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삼만리 여정/대성당_Cathedral

일리 대성당의 옥타곤·랜턴 — 성당 안 또 하나의 하늘

by 소공녀의 별 2026. 2. 3.

일리(Ely)를 “성당을 보러 가는 도시”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대성당의 중심에서 단번에 이해하게 됩니다. 십자가 형태의 성당 평면 한가운데, 보통은 네모난 교차부 탑이 올라가야 할 자리에서, 예상과 달리 ‘여덟 면’이 공간을 지탱하고 있음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위로, 빛이 쏟아지는 하나의 방—랜턴이 떠 있습니다. 저는 가이드와 함께 좁은 나선형 계단 170개를 올라 옥타곤 타워 꼭대기에 섰고, 그 순간 성당 안과 바깥 풍경이 한 장면으로 겹치며, 경건한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일리 대성당의 옥타곤과 랜턴 (Octagon and Lantern)

일리 대성당의 옥타곤과 랜턴

옥타곤과 랜턴(Octagon and Lantern)은 일리 대성당의 심장으로, 단순히 “아름다운 천장”이 아니라 ‘사고 이후에 탄생한 기적 같은 구조’에요. 옥타곤은 말 그대로 여덟 면의 교차부 공간입니다.

대성당 문을 들어서자마자, 길게 뻗은 회랑 끝으로 거룩한 빛이 깊어지던 순간

 

그런데 이 옥타곤은 돌만으로 세워진 탑이 아니라, 돌·목재·납(lead)이 함께 만든 중세 공학의 걸작이에요. 옥타곤 위에 올라앉은 랜턴은 성당 내부로 빛을 끌어들여 교차부를 “또 하나의 하늘”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옥타곤 타워 전망 지점에서 내려다본 네이브(중앙 신랑) 전경

 

일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바로 이 랜턴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옥타곤 타워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성당 내부 모습 역시 잊기 어려운 장관이었어요. 그렇게 높은 곳에서 성당 내부를 내려다본 적이 없었기에, 아찔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체감할 수 있었답니다.

옥타곤 타워의 작은 문을 열어 건축 구조를 설명해주는 가이드
옥타곤 타워의 작은 문을 열고, 랜턴을 마주하던 순간

왜 여덟 면이 되었을까

일리 대성당의 독특한 형태는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었어요. 1322년, 원래 있던 노르만 양식의 중앙 탑이 무너졌고, 그 붕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옥타곤이라는 전혀 다른 해법이 등장합니다.

그때 재건을 이끈 인물로 알려진 앨런 오브 월싱엄(Alan of Walsingham)은, 익숙한 “네모”를 되풀이하기보다 “여덟 면”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지요.

옥타곤 랜턴은 왜 여덟 면이 되었을까

 

무게를 여덟 방향으로 흩어, 내부에는 목재 구조를 더해 돌만으로는 불가능했을 가볍고 높은 공간을 열었습니다. 사고가 남긴 빈자리는 결국, 빛이 머무는 자리—옥타곤과 랜턴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이드가 옥타곤 타워의 거대한 목재 구조를 설명하던 순간
옥타곤 타워를 지탱하고 있는 목재 구조

랜턴 하부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음악 천사 장식 패널

랜턴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중세의 빛’을 그대로 보존했다기보다, 19세기 복원 시대가 다시 ‘빛의 언어’를 입힌 결과에요. 랜턴 내부를 둘러싼 목재 패널에 그려진 인물들은 보통 ‘천사 패널(angel panels)’로 소개되고, 빅토리아 시대에 덧입혀진 장식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패널의 구조가 정말 놀라웠어요. “문처럼 열리는 구조”로 되어 있어, 투어에서 가이드가 일부를 열어 위·아래를 보게 해주었어요.

옥타곤 랜턴 하부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천사(음악 천사) 장식 패널

 

랜턴의 패널은 ‘음악 천사’ 이미지로 언급되고, 실제로 열어 합창이 위쪽에서 울리게 하는 장치(접근 가능한 패널)라는 설명을 들었어요. 즉 이곳은 그냥 장식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오는 빛과 위에서 내려오는 소리라는 ‘성당의 두 감각’이 겹치도록 만들어진 무대에 가깝다고 쓸 수 있어요. 

"빛(유리)”과 “노래(천사 패널/열리는 문)”가 함께 설계된 장면

숫자로 보는 하늘의 구조물

옥타곤의 내부 높이는 약 142피트(43m)에 이르고, 전체 무게는 약 400톤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 거대한 규모가, 랜턴의 ‘가벼운 빛’으로 체감된다는 점이 이 구조의 놀라움입니다. 짓는 데에도 18년이 걸렸다고 해요. 한 세대의 시간이, 대성당 한가운데에 ‘빛의 방’을 올렸다는 것에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옥타곤 타워 위에서 내려다본 일리 대성당의 교차부와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좁은 나선형 계단 170개를 올라 옥타곤 타워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성당 내부는, 그 숫자들이 더 이상 정보가 아니라 경외감으로 바뀌는 순간—말 그대로 장관이었습니다. 타워를 오르는 길에 잠시 멈춰 내려다본 바깥 풍경 역시 장관이었어요.

일리 대성당 옥타곤 타워를 오르며 내려다본 바깥 풍경
옥타곤 타워를 오르며 보는 바깥 풍경

그리스도 위엄상(Christ in Majesty) 조각

랜턴의 중심에는 그리스도 위엄상 조각이 있어요. 이는 존 오브 버웰(John of Burwell)이 조각한 것으로 소개됩니다. 위를 올려다볼 때, 단지 높고 화려해서가 아니라 “중심이 어디인지”를 또렷하게 느끼게 해주는 장치예요. 우리의 시선을 잃지 않게 해주는 ‘정신의 나침반’ 같은 존재랄까요. 

랜턴의 중심에 조각된 그리스도 위엄상

 

옥타곤 타워에서 랜턴의 가장 깊은 중심에 새겨진 그리스도 위엄상을 올려다보며, 인간의 손끝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이 잠시 스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랜턴 중신의 그리스도 위엄상(Christ in Majesty) 조각

옥타곤을 제대로 경험하는 방법

사진도 좋지만, 먼저 추천하고 싶은 건 ‘자리’입니다.

  • 랜턴 정중앙: 빛이 가장 직접적으로 떨어지는 자리. 목재 구조의 리듬과 창의 각도가 동시에 보여요.
  • 교차부에서 한두 걸음 물러서기: 랜턴만 보지 말고, 네 방향으로 뻗는 내브/콰이어의 축이 함께 들어오게 서보세요. 옥타곤이 “성당의 심장”이라는 느낌이 커집니다.
  • 옥타곤 타워 투어: 랜턴 구조에 더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니 꼭 경험하기를 추천합니다. 월–토는 11:00, 12:15, 14:00, 15:15 / 일요일은 12:30, 13:45에 운영되어요.
  • 저는 금요일 11시에 옥타곤 투어를 했는데 사람이 없어 개인투어 혜택을 받았고 약 1시간 정도 소요되었어요. 저는 금요일 오전 11시에 옥타곤 투어를 했는데, 마침 참여자가 거의 없어 사실상 개인 투어처럼 안내를 받을 수 있었고,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였습니다.
옥타곤 타워의 작은 문을 열고 랜턴을 마주하던 순간

방문 실용 정보

  • 방문 시간(일반 관람): 월–토 9:30–16:00 / 일 12:00–15:00 (변동 가능, 방문 전 공지 확인 권장) 
  • 입장권(예시): 성인 £14, 16세 미만은 가족 동반 시 무료로 안내됩니다. 투어는 별도 요금이며, 투어는 인원이 제한되어 사전 예약을 권합니다. 
  • 타워 투어는 별도 요금이라 대성당 입장료 £14에 투어 £11을 더해 총 £25를 지불했는데 비싸다는 느낌이었지만 대성당의 유지·보수에 보탬이 되는 헌금이라 생각하니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 일리 대성당을 다녀왔다는 친구들 대부분이 성당 내부만 둘러보고 타워 투어는 하지 않았더라고요. 하지만 옥타곤 타워는 꼭 올라가 봐야 할, 정말 장관입니다.
일리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일리 대성당 옥타곤 타워를 오르던 좁은 나선형 계단
옥타곤 타워를 향해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

 

옥타곤 타워 투어는 나선형 계단만 끝없이 오르는 길이 아니었어요. 중간쯤에서 문을 열고 잠시 지붕 위로 나가, 난간이 있는 아주 좁은 외부 통로를 건넌 뒤 다시 실내로 들어가 또 다른 나선형 계단을 이어 오르는 구간이 있습니다. 그 짧은 ‘바깥의 시간’ 덕분에 성당의 돌과 지붕을 바로 곁에서 느껴 보고, 다음 높이로 넘어가는 전환이 더욱 또렷해졌어요.

옥타곤 타워 중간, 지붕 위 좁은 통로를 건너는 구간
옥타곤 타워 외부 구조를 가까이에서 둘러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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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일리 대성당 (Ely Cathedral): https://stella-mum.tistory.com/273

 

영국의 일리 대성당 (Ely Cathedral)

유럽에 아름다운 성당이 많지만, 일리 대성당은 그 아름다움이 특별하다는 말을 듣곤 해요. 이곳에만 있는 장면과 구조가 분명하거든요. ‘성당을 보러 가는 도시’라는 정체성을 직접 확인해

stella-mum.tistory.com

마무리

일리 대성당의 옥타곤과 랜턴은 그 아름다움을 넘어, 만들어진 사연에 감탄하게 됩니다. 붕괴의 사건이 남긴 빈자리에 사람들은 ‘여덟 면’이라는 구조를 새로 세웠고, 그 선택은 우리에게 ‘빛을 올려다보는 이유’를 남겼어요. 일리에서 저는 성당을 본 것이 아니라, 한 시대가 위기를 통과하며 남긴 기적을 보았습니다.

 

별이 된 어머니를 향한 순례길에서
– 소공녀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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