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개’라는 이름, 들어보셨나요? 여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는 그 여동생을 ‘모개야!’라고 자주 불렀습니다. 그 이름은 동네 어디에서도,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도 들을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름엔 뭔가 이상한 감정이 담겨 있었고, 어느 날 여동생이 울음을 터뜨린 이후로 아버지는 그 말을 다시는 입에 담지 않으셨습니다. 그 이후, ‘모개’는 우리 가족 안에서도 사라진 단어가 되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왜 그런 이름이었을까? 그리고 그 이름 속엔 어떤 진심이 숨어 있었던 걸까.

“모개야!” “모개딴지, 모개!”
어릴 적, 아버지는 여동생을 자주 이렇게 부르셨습니다. “모개야!” 혹은 “모개딴지, 모개!” 하지만 그 말은 집 안에서만 들을 수 있었고,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흘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모개 여동생이 울고불고 하며 크게 감정을 터뜨렸지요.
그 이후로 아버지는 ‘모개’라는 말을 다시는 입에 올리지 않으셨습니다. 그날 이후 ‘모개’는 마치 금기어처럼 가족의 언어 속에서 사라졌고, 오랜 시간이 흐르며 기억 저편 어딘가에 묻혀버린 이름이 되었습니다.
모개야, 왜 그렇게 불렸을까?
집 안 한구석, 늘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던 여동생. 의사 표현도 드물고, 감정마저 스스로 삼키는 듯한 아이였습니다. 그런 여동생이 아버지가 부르던 ‘모개’라는 이름에 처음으로 뚜렷한 저항감을 드러냈던 날, 그 순간은 지금도 제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가 더 이상 여동생을 ‘모개’라고 부르지 않으신 뒤, 그 말은 우리 가족의 기억 속에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잊힌 줄만 알았던 그 단어가 문득, 어느 날 마음속에서 다시 떠올랐습니다. ‘모개’는 무슨 뜻이었을까요? 왜 아버지는 여동생의 예쁜 이름을 두고 그 이상한 애칭을 부르셨던 걸까요?
모개는 무슨 뜻일까요?
모개, 모게, 모계, 모괴 등 여러가지로 표기가 되며 모과의 경상도 방언입니다. 모개는 성조에 따라 과일 이름이 되기도 하고 몬난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찡그리고 못생긴 얼굴을 표현한 못난이 삼형제가 생각나네요. 사람들은 왜 이 못난이 삼형제 인형을 집안에 장식했을까요? 아는 집을 방문해보면 못난이 삼형제 인형을 장식해둔 집이 제법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1. 모과의 경상도 방언
경상도 방언에서 'ㅐ' 는 아래아 발음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모개의 '개' 가 그런 경우입니다. 그것을 현대 한글로 표기할수 없어서 이런 혼동이 온 것이라고 합니다. '모개'를 현대 한글로 발음을 표기하자면 '모오괴'에 가깝다고 할수 있으나 ('모'가 길고 강하게발음됨)
경상도 사람들은 '아래아 개' 와 '괴'를 정확히 구분하므로 경상도 방언식으로 표기하자면 '모개'로 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2. 외모가 못생긴 사람
아버지가 여동생을 부를때 "못난이, 모개야!" 라고 부르셨기에 어림잡아 모개는 못생겼다는 뜻일거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모과 열매의 울퉁불퉁한 모양에 빗대어 나온 표현이라고 합니다.
주로 경상도의 어르신들이 많이 사용하고, 평생 경상도에 살았어도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모개는 못생긴 사람을 놀릴때 쓰기도하고, 별명으로 붙이기도 합니다.
모개딴지
그러고보니 '모개딴지'도 낯설지 않은 단러입니다. 아버지는 이따금 여동생을 '모개딴지'라고 부르기도 하셨지요. 자료를 찾아보니 모개를 '모개딴지'라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는데 모개보다 부정적 의미가 훨씬 더 강한거 같습니다. 모개딴지는 괴물단지, 애물단지와 같은 표현으로 매우 못생겼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모개딴지에서 가져온 '단지'는 큰항아리를 이르는 것으로 양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어떤 특징(주로 부정적인것)이 저명하다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모개가 부정적 의미로 쓰일때는 '개'에 강세가 옵니다. 경상도 방언은 성조에 따라 단어의 뜻이 달라지기 때문에 '모'개(과일) 와 모'개'(못생긴사람) 를 전혀 다른 단어로 생각해서 과일과 못생긴 사람의 차이를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모과를 '모'개 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못생긴사람을 이르는 모'개' 와는 연결시키지 못하여 처음 들어보는 단어처럼 착각하였다는 점은 방언 연구에서 흥미로롭게 보는 부분입니다. 현대 국어에는 성조를 표시하지 않기 때문에 방언에는 문자로는 표기할수 없는 의미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것입니다.
3. 어린이의 애칭
어린이에게 붙이는 ‘못난이’ 같은 별명처럼, ‘모개’도 그런 식의 애칭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여동생이 정말로 못나서 그렇게 부르신 게 아니라, 작고 조용한 딸에게 나름의 귀여움과 애정을 담아 그 이름을 불렀던 것이었겠지요? 그렇다면, 그 여동생의 언니였던 소공녀는 아버지에게 어떤 이름으로 불렸을까요?
그 이름은 사라졌지만,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한때 ‘모개’였는지도 모릅니다. 이제야 그 이름의 진심을, 조심스레 꺼내어 바라봅니다.
별이 된 어머니를 향한 순례길에서
– 소공녀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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