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의 여동생은 모개
소공녀에게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그녀는 어릴적에 모개로 불리곤 했습니다. 키가 작고 좀 왜소한 체구에 약간 어두운 톤의 피부색을 가진 여동생은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고 소심한 성격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가끔 술이 취하면 여동생을 보면서 "모개!"라고 불렀습니다. "모개딴지, 모개!"라고도 했는데 아버지는 왜 여동생의 예쁜 이름을 두고 모개라고 불렀을까요?
모개로 불린 여동생
어렸을때 아버지가 여동생을 '모개야!'라고 부르곤 하셨는데 이 말을 다른데서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날 여동생이 울고불고 난리를 친 이후로 아버지는 모개라는 말을 다시는 입에 담지 않으셨습니다. 그 이후 모개는 기억에서 잊혀진 단어가 되었지요. 집안 한 구석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늘 조용하고 의사표현이 거의 없던 여동생이 모개로 불리는 것에 대한 저항감을 표현했던 것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기억에 강하게 남은 사건이었어요.
아버지가 여동생을 더 이상 모개로 부르지 않으면서 모개는 그렇게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말이었는데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대체 모개는 무슨 뜻이었을까요? 아버지는 왜 여동생의 예쁜 이름 대신 모개라고 부른 것일까요?
모개는 무슨 뜻일까요?
모개, 모게, 모계, 모괴 등 여러가지로 표기가 되며 모과의 경상도 방언입니다. 모개는 성조에 따라 과일 이름이 되기도 하고 몬난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찡그리고 못생긴 얼굴을 표현한 못난이 삼형제가 생각나네요. 사람들은 왜 이 못난이 삼형제 인형을 집안에 장식했을까요? 아는 집을 방문해보면 못난이 삼형제 인형을 장식해둔 집이 제법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1. 모과의 경상도 방언
경상도 방언에서 'ㅐ' 는 아래아 발음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모개의 '개' 가 그런 경우입니다. 그것을 현대 한글로 표기할수 없어서 이런 혼동이 온 것이라고 합니다. '모개'를 현대 한글로 발음을 표기하자면 '모오괴'에 가깝다고 할수 있으나 ('모'가 길고 강하게발음됨)
경상도 사람들은 '아래아 개' 와 '괴'를 정확히 구분하므로 경상도 방언식으로 표기하자면 '모개'로 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2. 외모가 못생긴 사람
아버지가 여동생을 부를때 "못난이, 모개야!" 라고 부르셨기에 어림잡아 모개는 못생겼다는 뜻일거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모과 열매의 울퉁불퉁한 모양에 빗대어 나온 표현이라고 합니다.
주로 경상도의 어르신들이 많이 사용하고, 평생 경상도에 살았어도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모개는 못생긴 사람을 놀릴때 쓰기도하고, 별명으로 붙이기도 합니다.
모개딴지
그러고보니 '모개딴지'도 낯설지 않은 단러입니다. 아버지는 이따금 여동생을 '모개딴지'라고 부르기도 하셨지요. 자료를 찾아보니 모개를 '모개딴지'라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는데 모개보다 부정적 의미가 훨씬 더 강한거 같습니다. 모개딴지는 괴물단지, 애물단지와 같은 표현으로 매우 못생겼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모개딴지에서 가져온 '단지'는 큰항아리를 이르는 것으로 양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어떤 특징(주로 부정적인것)이 저명하다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모개가 부정적 의미로 쓰일때는 '개'에 강세가 옵니다. 경상도 방언은 성조에 따라 단어의 뜻이 달라지기 때문에 '모'개(과일) 와 모'개'(못생긴사람) 를 전혀 다른 단어로 생각해서 과일과 못생긴 사람의 차이를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모과를 '모'개 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못생긴사람을 이르는 모'개' 와는 연결시키지 못하여 처음 들어보는 단어처럼 착각하였다는 점은 방언 연구에서 흥미로롭게 보는 부분입니다. 현대 국어에는 성조를 표시하지 않기 때문에 방언에는 문자로는 표기할수 없는 의미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것입니다.
3. 어린이의 애칭
어린이의 애칭으로 '못난이'라는 애칭과 같은 방식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여동생이 정말 로 못나서 모개라고 불렀다기 보다 어린딸에게 귀여운 애칭으로 불렀던 것이었습니다. 그럼 모개의 언니 소공녀는 어떻게 불렸을까요?